삼성경제연구소의 국가경제정책 모델 제안, 그 영향력
삼성경제연구소(SERI)는 민간 씽크탱크 중 가장 영향력있는 연구기관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들은 기업의 경영활동을 지원하는 것을 넘어, 국가 산업 및 경제 정책, 공공 및 사회정책, 심지어 외교 및 국방정책까지도 끊임없이 정책을 개발하고 선전한다. 이런 지식과 정보의 생산 공급을 통해 한국 사회의 담론, 특히 정책 담론 형성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첨부의 보고서 '북유럽 경제에서 배우는 교훈'(2012.3.28)은 삼성경제연구소가 제안하는 국가 경제 모델로써 특히 주목된다. 지난 참여정부 출범 당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삼성경제연구소의 국가정책제안서가 돌았고 그후 참여정부의 주요 정책은 그 틀에 기반하고 있다는 주장이 알려지면서 삼성경제연구소의 영향력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졌다. 그 보고서의 기본 관점은 신자유주의와 금융자본주의를 더욱 강화하는 것으로써 한미FTA등의 정책기반이 된 것으로 알려졌고 혹자는 바로 이러한 '삼성표' 정책이 참여정부의 실패, 양극화와 사회갈등의 주범이라 지적하기도 한다.
어쨌든 2012년은 정권교체시기이고 여야를 불문하고 어떤 정치세력도 자유시장경제를 드러내 놓고 옹호하지 않고 있으며 복지를 어떻게 전개할 것인가에 대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복지 정책 확대 자체를 부정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이런 조건에서 삼성경제연구소가 유럽, 그중에서도 스웨덴, 덴마크, 벨기에로 대표되는 북유럽 복지국가 모델을 2008년 금융위기 후 가장 성공적인 모델로 평가하고 소개한다는 것은 자본측의 국가경제정책 대응이라는 차원에서 주목할만하다. 우습게도 현 정권이 정권을 재창출하든 야당으로 권력교체가 되든 이 정책제안은 신정권에서 주요하게 다루어지거나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
일하는 복지, 성장과 복지를 동시에 중시하는 경제 모델
삼성경제연구소가 평가하는 북유럽 모델은 한마디로 '일하는 복지 국가', '복지만 주창하는 것이 아니라 성장과 함께하는 복지'여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복지만을 강조했던 남유럽 복지모델의 몰락 및 유로존 전체의 위기 상황에서 그나마 성공적으로 대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이 성장을 강조하는 그래서 무분별한 복지로 부터 벗어나는 개혁을 통해 위기를 극복했다는 것인데 여기서 개혁이라는 것은 제조업 중심의 수출경쟁력 강화, 이를 가능하게하는 노동생산성제고 및 기업가 정신을 강조하는 것이다.
(출처: 삼성경제연구소)
이러한 정책 방향은 삼성, 현대와 같은 대재벌 수출 주도경제에 기반하고 있는 한국 경제와의 적합성도 있고 삼성, 현대와 같은 자본의 입장에서 볼때 친화적이고 긍정적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복지국가의 담론이 지배하고 국가의 복지정책이 확대된다고 하더라도 이 모델이라면 대기업의 입장에서는 나쁠 것이 없는 것이다.
문제는 사회적 신뢰, 한국의 자본은?
그런데 본 보고서에서도 지적하지만 북유럽 모델의 기본 전제는 민관협력 및 사회적 자본(사회적 신뢰)가 확충되어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위 그림에도 나오는 '사회적 합의주의(Social Coporatism)'는 사회민주주의의 발전과 강력한 노동운동의 존재라는 조건에서 결국 자본과 노동의 타협의 산물이다. 자본은 사적 소유를 인정받고 자본을 보호하기 위해 노동에게 복지와 고용보장 등의 타협과 양보를 하면서 만들어진 모델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한국은 국가 공권력과 사적 용역까지 버젖이 동원하는 자본의 협력(?)에 의해 노동운동은 시간이 갈수록 더 위축되어 어용이니 민주를 불문하고 노동조합 조직율이 10%에 못미친다. 그 노조들도 헌법적 권리라는 파업 조차 제대로 하는 경우가 별로 없다. 그들의 존재 형태는 절반이 파견, 특수고용, 일용, 임시, 기간제 등 각종 비정규직에 머물러 있어 개인 생존의 위험에 항상 내몰리고 정리해고에 이은 실업 등등 노동의 문제는 극단으로 언제나 치닫는다.
한국의 가장 자랑스런(?) 기업인 삼성전자는 세계에서 가장 나쁜 기업 리스트에 오를 만큼 기업 지배구조, 무노조 경영, 백혈병으로 죽어가는 노동자들에 대한 산재인정조차 거부하는 후안무치로 유명하다. 현대자동차 그룹은 대법원의 판결조차 무시한채 비정규직 파견 노동자들의 정규직화를 거부하고 있다. 가장 강력한, 무소불위의 힘을 가진 사회적 존재가 된 것이다. 이런 재벌 대기업들에게 어떤 신뢰가 가능할까.
이런 조건에서 노동과 자본의 사회적 협력은 가능할 수 없다. 1998년 IMF직후 집권한 김대중 정부의 노사정 위원회의 유명무실화는 노동에 대한 국가와 자본의 일방적 힘의 우위를 상징할 뿐이다. 정상적인 국가에서, 제대로 된 정치 세력이라면 지금 가장 먼저 실행해야 할 것은 노동에 대한 극단적 자본 우위 상태부터 바꾸어야 한다. 최소한의 힘의 균형을 잡아야 하는데 그 지렛대는 국가와 공권력이다. 국가와 공권력의 무한의 편향은 사회적 신뢰, 사회적 자본이라는 말을 공염불로 만들 뿐이다.
그렇다면 2012년 권력교체로 등장할 정권의 기본 목표는 무엇이어야 하는지가 자명하다. 그런데 아직 어떤 세력도, 심지어 진보정당이라는 곳도 이러한 핵심을 말하지 않고 있다. 그것이 아직도 한국이 정상적인 경제체제, 복지국가를 만들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출처: 삼성경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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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경제교훈_SERI.pdf

